나는 우주이다.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결국 우주이다. 나는 공허이다. 공허에서 태어나 공허로 돌아가기 때문에 결국 공허이다. 나는 살아숨쉬는 우주이며 말하는 공허이다. 슬픔을 아는 우주이며 기쁨을 전하는 공허이다. 사랑을 아는 우주이며 이별에 눈물흘리는 공허이다. 사랑하는 이와 눈을 마주치고 영원이라는 거짓된 약속을 하는 우주이고 이별앞에...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이름을 지었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바람에도 하루 중의 짧은 순간 하늘의 색에도 발끝에 걸리는 돌부리에도 우리의 시선과 감정이 닿는 모든 곳에 이름을 지었다 내가 다시 이름을 짓고싶은 순간도 있었다 당신을 만난 순간의 작은 떨림 거칠고 아픈 기억 후회스럽고 그리운 순간들 슬프고 아프고 괴로웠던 것들을 추억이라 부르고싶지 않았고...
그곳에 과거가 있다 그곳에 또한 미래가 있다 현재는 숨을 죽이고 닿을 수 없는 것만이 숨을 쉰다 그곳에 평화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곳에 안식이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곳엔 나의 바램이 있다 닿을 수 없는 곳에 묻어둔 바램이 있다 80년간 쌓아온 총명함이 무색하게 그 무겁지도 않은 몸뚱이는 한줌의 재로 탈바꿈했다 텅빈 공허함의 실현인 마냥 속없이 새하얄 뿐이다...
당신의 발걸음은 노을을 닮았다 잔잔한 물결처럼 밀려와 나를 황금빛으로 사로잡는다 따스함에 잔뜩 물이 든 나는 어느새 무거워진 눈꺼풀을 굼뻑이며 그 품속에 이부자릴 펴고 잠이 든다. 오늘은 노을 빛의 꿈을 꾼다.
청년이여 눈앞에 보이는 것을 좇지마오 끊임없이 도망치고 두려워하고 좌절하기를 마다하지 마시오 과거를 두려워하고 끊임없이 고뇌하며 오지 않는 미래에 맞서시오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의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글을 쓰고 보이지 않는 것을 좇으시오 사라지는 것에 눈물 흘리고 영원한 것에 목숨을 바치시오
청년이여 두려움과 친구가되자 유혹을 배신하고 쾌락에 맞서싸우며 스스로를 내몰아세우고 온몸으로 분노를 들이키자 온몸으로 부딪히자 담금질은 고요하지않다 성공의 과정은 우아하지않다
어둡운 안개로 자욱한 당신의 단칸방 안에서는 낡은 꿈의 냄새가 조용히 풍겨난다 까만 구름이 빼곡하여 아무것도 알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조용히 눈을 감으면 눈을 뜨고서는 느낄 수 없었던 오래된 꿈의 냄새가 소리없이 다가와 코를 간질인다 당신의 꿈은 감히 눈으로는 볼 수 없다 눈을 감아야만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보이지않는 당신의 꿈...
당신의 향은 기억을 부른다 단 한번의 들이킴으로 과거를 걷게한다 달콤하지만 씁쓸하여 다정하게 부르곤 칼날같이 사라진다 온 땅에 스쳐간 당신의 향을 모두 모아 마신다면 이 꿈에서 깨지 않을텐데, 찰나의 사라짐은 늘 그렇듯 영원한 갈증을 건넨다 당신의 뒷모습은 비어있는 잔 연거푸 들이키지만 채워짐을 기대하진 않는다 빈 잔에 갈증만 담아 기울일 뿐이다 때론 차갑...
가을의 끝물. 길가에 치우쳐진 낙엽을 밟는 듯 너의 기억은 문득 나에게 찾아온다 잠시 그 기억에 그 기억이 이끄는대로 의도하지 않은 척 몸을 맡겨본다 눈을 감지 않아도 너는 이미 내 앞에 있다 잊고싶은듯 잊고싶지 않은듯 그 시선은 나를 향해있다 조용히 그 과거와 눈을 마주친다 나를 보는건지 나의 너머를 보는건지 알 수 없는 그 눈동자 잠시 이 기억이 이끄는...
유난히 아름다운 지는 해 아래, 이 그리움과 이 슬픔을 저 시커먼 바닷속에 던진다 울먹이는 파도가 나의 발등을 토닥인다 너의 마지막 위로를 두 손 가득 모으고, 모으지만 너무 투명해져 무엇하나 남김없이 나를 벗어나버리는 잡을 수 없어 야속한 사람아, 텅 빈 두 손 가득 슬픔만 모은다 잔잔한 파도 아래 고이는 너와 나의 기억.
당신이 떠남은 진한 향수로 남아 떠나려거든 아주 떠나버리지 왜 사사로운 내음을 남겨두고 가나 왜 정없이 아주 떠나지 못하고 내곁에 당신의 일부를 남겨두고 가나 다 가져가주오 이제는 떠났으니 볼 일도 볼 필요도 없다오 그러니 다 가져가주오 여기남은 그대의 일부가 나를 더 외롭게 함을 떠났다면 아주 떠나버리지 왜 그대의 몫을 다 내어주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나
부서져간다 영원할 줄 알고 손 안에 그러쥐었던 것들이 손 안에서 부서져간다 빼앗기지 않으려 놓치지 않으려 욕심내어 그러쥔 것들이 욕심의 손아귀에서 부서져간다 작은 욕심에 쉽게 부서진 당신을 눈여겨본다 과거의 냄새는 당신을 과거로 데려간다 아주 작은 욕심만 품었을 뿐인데 그렇게 품은 당신은 쉽게 부서진다 부서지는 것들을 눈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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